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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인간.가족 관계

집안 형편도 좋지 않은데 장애인 오빠가 있습니다. 결혼할 수 있을까요?

by  Nello  2020. 2. 10.

 

Q :

 

20대 초반 여자입니다. 오빠가 한 명 있습니다.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고 장애 1급입니다. 사실 제 형편에 결혼이란 걸 생각할 수도 없지만 훗날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 결혼하고 싶어 지는 날이 온다면 여러모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제가 시집가는 집안에 장애인 가족이 있으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 하는 거 나쁜 거라는 걸 알지만 솔직히 오빠가 죽어서 보험금이라도 나왔으면 싶은 생각도 종종 하네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저에게 피해를 줬으면 줬지 도움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덕분에 포기해야 할 일도 너무 많았고요. 부모님 돌아가시면 곧바로 시설에 맡길 생각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볼 자신은 없네요. 

집안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수도권 내의 적당한 대학 졸업해서 20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은 돈은 5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엄마는 170만 원 정도를 벌고 아빠는 퇴직 후 쉬고 있습니다. 연애는 한다고 해도 결혼은 머나먼 얘기 같네요. 이런 저도 결혼할 수 있는 걸까요?

 

A :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오빠 때문에 많이 힘드신 모양입니다. 의사소통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오빠의 존재가 늘 본인의 앞날에 큰 가림막 같이 느껴지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마주하며 살아왔을 테지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날 낳아준 부모라도 병시중이 길어지면 한결같이 효도하기가 힘들다는 말입니다. 낳아준 부모에게도 그런데 남매 사이는 오죽하겠습니까. 아마도 그런 고통과 괴로움이 질문자님으로 하여금 오빠가 차라리 숨을 거둬 보험금이라도 남겼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끔 만들었겠지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가 있거나 어떤 계기로 인해, 세상의 기준에 있어 '평범함'을 잃게 된 사람들을 놓지 않고 돌볼 수 있는 건 그 사람과 '가족'이나 '연인'등의 어떤 특별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엔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겠죠. 책임감이나 죄책감, 처연함이나 측은지심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당사자와 특별한 유대감이 없다고 한다면 질문자님처럼 '어떻게 해볼 자신'이 없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 일겁니다.

 

오히려 밥벌이를 내팽겨쳐두고 온 가족이 한 사람을 케어하는 일에 매달려 산다는 게 이성적이지 못한 일입니다. 각자의 인생을 위해서도 시설에 도움을 구하고 좀 더 열심히 생활을 영위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빠의 장애는 질문자님께서 '결혼하지 못할 이유'가 아니라 질문자님께서 '좀 더 부지런히 살아야 할 이유'이며 '성공 해야 할 이유' 라고 말입니다.

 

더불어, 오빠의 장애는 질문자님의 선택이 결코 아니었겠지만 오빠 본인의 선택도 결코 아니었을 겁니다. 훗날 사랑을 주고 받을 누군가에게 부끄러워야 할 존재일까요? 되려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질문자님께서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가감없이 꺼내놓으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만한 남자를 만나시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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