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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느리게 걷는 시간

꿈이란 평생을 두고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

by  Nello  2020. 2. 4.

 

이따금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자신의 성공담을 많은 청중들 앞에서 강의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은 오늘날의 성공은 젊은 시절의 망설임 없는 도전이 밑바탕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해보고 싶은 걸 해보세요.”

“인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도전하십시오.”

 

틀린 말은 아니다. 찬란하게 젊은 시절에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복속되어있지 말고 ‘도전’ 해보라는 말일 테니까 그런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이 때때로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도전을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에 너희들은 성공할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그럴 수 없거나 그러기 힘든 사람들의 삶을, 도전하지 않는 삶으로 규정하는 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들 중엔 어려운 삶 속에서도 자신이 이루려는 바를 위하여 근성 있게 노력하고 도전해온 사람도 있고, 자신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경제적인 자유나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만하는 사람도 있다.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력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나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인 의미로 쓰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도전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게는 그들의 성공담이 대개 이런 식으로 들렸다. `나는 남들 다 하는 학원 공부나 스펙 관리를 왜 하는지도 모르는 꼴통이었으나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미쳐 이만큼 성공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섰다. 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그러지 못한다. 금세 포기하고 지쳐버린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도 누군가는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내 친구 A는 어릴 적부터 박효신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함께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A는 온종일 노래를 불렀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음악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그와 같은 학원에 다니던 동갑내기 아무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걸그룹의 리드보컬로 데뷔해, 한 시대를 풍미하고 그룹의 해체와 함께 활동을 멈춘 상태지만 A는 가난한 집안 형편에 노래만 부르고 살 수는 없었기에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사례를 듣고 나면 A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섣불리 단정한다. 하지만 A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의 꿈과 도전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 사회에서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제한적인 의미로 쓰인다고 말했다. 마치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전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며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다. A는 금세 포기하지 않았다. A는 금세 지쳐버리지도 않았다. 그의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그가 대세 보이그룹이나 가수가 되지 못했으니 그의 도전은 무의미했고 끝난 걸까? 그가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가 아니라 늘그막에 음악 카페를 차리고 그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된다면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걸까? 꿈이란 꼭 만인이 인정하는 것이어야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배곯아가면서도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자체를 외면할 수 없었던 이들의 선택 또한 지탄받아야 할 선택은 아니다. "그래 나도 꿈이 있었지……. 하지만 이룰 수 없었고 지금은 그저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일뿐이야"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소주를 들이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진정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삶 속에서 꿈의 비율을 조금씩 천천히 늘려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달팽이 한 쌍을 키운 적이 있었다. 달팽이는 느림의 대명사지만, 키워보면 달팽이의 빠름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잠시 눈을 돌리고 있으면 저만치에서 꾸물꾸물 기어 다니고 있다. 그 모습을 다시금 살펴보면 전혀 빠르지 않은데도 그렇다. 달팽이가 아무도 몰래 순간 이동이라도 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달팽이는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그저 꾸준히 갔을 뿐이다.

 

누구나 젊고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젊은 날의 성공은 훗날의 독이 되기도 한다. 하루, 하루를 그저 살아낸다는 것을 죄악시하는 시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결코 타인의 삶에 대하여, 자신의 주관을 기준으로 쉽사리 재단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거나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진정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살아가면서 조금씩 그 목표에 다다르면 된다. 꼭 만인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스스로 인정할 수 있고,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도,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고작인 삶이라고 해도 그 삶은 눈부시다. 그 나날들은 행복이라는 꿈을 꾸는 누군가의 도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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